박두웅 편집국장

“현재 학교에 입학하는 초등생들의 65%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이 말은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장이다.

그러나 굳이 이 말의 허구성을 살펴보자면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전 세계에 퍼뜨린 2016년 세계경제포럼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보다 정확히 따지면 그 말은 세계경제포럼이 발간한 ‘미래의 일자리 보고서’ 도입 부분(3쪽)에서 ‘한 통계치에 의하면(By one estimate)’을 재인용한 것이다.

여기서 말한 통계치란 어떤 것일까?

지난 5월 영국 BBC 라디오의 한 방송은 65%라는 통계치가 미국 듀크대 캐시 데이비슨 교수의 2011년 저서 ‘Now You See It’(테크놀로지가 학교교육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서 최초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책 출판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기사로 인용된 후 다른 여러 저서나 신문에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래서 방송은 직접 데이비슨 교수와 통화를 해 통계치의 근거를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통계치가 직접 연구한 것이 아니라 미래학자 짐 캐롤이 2007년 발간한 저서에서 호주 정부의 혁신위원회 관련 웹사이트 통계를 재인용한 것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짐 캐롤에게 확인 연락을 취했으나 실패했고, 관련 웹사이트도 폐쇄돼 더 이상 확인할 수 없어 2012년부터는 65% 통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BBC 진행자는 호주 정부에 관련 웹사이트와 통계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으나 역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65%는 근거 없는 통계치이며, 한국에서 널리 인용되는 세계경제포럼 보고서를 근거로 한 65%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오히려 BBC 진행자와 인터뷰한 학자들은 65%처럼 불확실한 통계를 들며 학교교육 무용론을 언급하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의욕을 꺾고 혼란만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에 현재의 학교교육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학교 현장에선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이 늘고, 학부모들도 그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늘고 있다.

평가전문가 데이지 크리스토돌루 박사는 "미래의 직업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그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의 종류도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체계화된 지식이나 사실들을 가르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비록 아이들이 직업생활을 할 때, 그 지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될지라도 현재는 그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불확실성 속에서 정체도 모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와 대응이 비판적 성찰 없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불확실한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해야할 학교가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흔들리는 사회. 학교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우리 교육은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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