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신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전문의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평소 ‘욱∼’ 하면 참지 못하고 벌컥 화를 내는 성향인가보다. 사실 울컥하는 순간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다음부턴 꾹, 참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번번이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고, 돌아서면 후회하기를 반복한다면 한번쯤 자신을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홧김 방화, 차량 돌진, 우발적 칼부림 같은 것을 보통 분노 조절 장애라고 부른다. 정신의학에서는 ‘간헐성 폭발성 장애’라는 진단명을 쓴다. 크게 봐서 충동 조절 장애다. 사소한 화에도 아드레날린을 비롯한 스트레스 흥분 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된 상황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분노를 지나치게 표출하면서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 기능을 마비시킨다. 자기 행동이 미칠 결과를 예측 못하고 폭력을 휘두르고 물건을 부순다. 그러고는 후련해하거나 후회한다.

충동조절장애란 순간적인 충동과 함께 고조된 긴장감이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방어 기능이 약해져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 질환이란 뜻이다.

요즘 핵가족 시대의 자녀 양육 태도는 자녀가 뭘 하든 관여치 않는 방임과 학대, 아니면 지나치게 보호하는 ‘양극화 현상’으로 나뉜다. 두 경우 모두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만 아는 ‘인간형’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과잉보호를 받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성장기에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고 이를 견디는 힘을 기르지 못해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충동조절장애로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하다. 순간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갑자기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 외에 쇼핑 중독이나 게임 중독 같은 형태를 띠기도 한다. 국내와 미국에서 주로 쓰이는 정신과 진단 기준 체계인 ‘DSM-IV’는 병적인 도벽과 방화, 도박 중독도 ‘달리 분류되지 않는 충동조절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충동조절장애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본인의 성찰이 가장 필수적이다. 상담을 통한 행동수정과 약물 치료가 필요할 때도 있다. 약물로는 공격성과 충동성을 줄여주는 선택적 세로토닌 계통의 항우울제, 항경련제, 기분조절제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치료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스스로 고치려는 환자 자신의 노력이다. 요가나 묵상, 기도 등이 스트레스 해소와 분노 억제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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