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두웅 편집국장

선거철만 되면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많이 인용되곤 한다. 그만큼 목민관의 자질과 덕목에 대해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저술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6.13지방선거. 다음 주면 그동안의 예비후보 딱지를 떼고 본선에 진출하는 각 당의 지자체장 후보들이 결정될 예정이다.

이들은 표를 찾아 길거리나 시장, 행사장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달려가 모두가 서산의 리더가 되겠다고 목이 쉬도록 목청을 높일 것이다.

과연 지도자란 어떤 덕목을 갖춘 사람일까?

다산 정약용은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의 벼슬은 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목민심서 부임육조(赴任六條)-제1조에 나오는 말로, 목민관의 자리가 다른 어떤 벼슬자리보다 책임이 막중하고 그 임무를 수행해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 자가 목민관 자리에 앉게 되면 그 해악이 고스란히 지역주민에 돌아가는 재앙을 잉태하는 관계로 자청하여 목민관의 자리를 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기가 가장 낫다고 부르짖어야 되는 현대의 선거모양새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요, 웃을 일이지만 이를 돌려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유권자에게 있어 사뭇 심각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자치단체장이라는 자리는 권한도 많고 특히 4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당선되기가 쉽지 않지만 당선만 되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주무르고 적게는 수백 명에서 많게는 천명이 넘는 공무원들의 ‘생사여탈권(生死與奪權)’을 쥐고 있어 중앙의 어느 자리보다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러기에 유권자들은 “‘하이지래 하이속거’(何以遲來 何以速去 오는 것은 어찌 이리 더디며, 가는 것은 어찌 이리 빠르냐). ‘4년은 너무 짧다’”라며 아쉬워 할 리더를 찾고 싶어 한다.

그럼 그런 리더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담긴 자타카 본생담을 읽으면서 백성을 다스리는 열 가지 덕목이 눈에 들어왔다. 어찌 이 위대한 가르침을 다 따를 수 있겠는가마는 다산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기술했던 것과 매 한가지 일통함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유권자가 뽑을 목민관에 대한 기준으로 적당할 듯 쉽어 나열해 본다.

첫째, 지도자는 큰 자비심을 가지고 백성에게 베풀기를 좋아해야 한다. 지도자가 인색하면 복덕이 줄어들고 나라가 초라해진다.

둘째, 지도자는 높고 고결한 도덕적 품성을 지니려고 노력해야 한다. 살생, 도둑질, 사음, 거짓말 등을 하지 않는 계를 지니며 덕을 쌓아나가야 한다.

셋째,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적인 안락에서부터 목숨까지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넷째, 정직함에서 국민의 신뢰가 모이고 성실함으로 백성의 본보기가 된다. 지도자에게 있어 진정한 재산은 물질이 아니라 정직과 성실이다.

다섯째, 지도자는 친절하고 부드러워야 하고 타인과 화합할 줄 아는 성품을 지녀야 한다. 사납고 독선적인 지도자는 외롭고 일이 순조롭지 않으며 백성이 저항한다.

여섯째, 지도자는 자신에 대해 엄격해야 한다. 평소 절제와 검소함을 바탕으로 생활하며 향락과 사치를 멀리해야 한다.

일곱째, 지도자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증오심이나 적대적인 생각은 나라를 늘 시끄럽게 한다. 사람을 소중히 하고 존중해야 한다.

여덟째, 지도자는 대화와 타협으로 평화와 화합을 꾀하여야 한다. 공권력을 남용하고 폭력으로 국민을 위협하는 것은 폭군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아홉째, 지도자는 국가와 백성을 위해 갖은 모욕을 참을 수 있어야 하며, 사소한 일에 자존심을 세워서는 안 된다.

열 번째, 지도자는 국민의 의향을 거슬려서는 안 된다. 민심을 잘 파악하여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민주적인 정책은 곧 백성의 뜻이고 함께 하는 것이다.

이번 6.13지방선거. 묻지마 투표도 있을 수 있고, 특정 정당이 좋아 찍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리더의 자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 뽑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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