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원 기자

태풍도 빗겨가는 폭염의 기세에 농촌은 초비상이다.

폭염주의보, 경보를 알리며 외부활동을 삼가라는 문자가 연일 울린다. 새벽에 나가 스프링클러를 틀지만 오전 9시가 되기도 전에 30도를 훌쩍 넘기는 폭염이 벌써 대지를 달구기 시작한다.

작렬하는 태양에 농작물은 이슬 먹은 아침에만 잠시 생기가 돌 뿐 해지는 저녁까지 하루 종일 사지가 축 늘어져 산송장이나 다름없다.

특히 과일 농사꾼들에게 긴 폭염은 더더욱 힘든 시절이다. 밭에 과일들은 대부분 화상을 입었다. 나무에게 물이라도 제대로 먹이려고 밤낮으로 양수기를 돌려야 하지만 어디 물이라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 한 마을에서 살수차 업자와 농부들이 언쟁을 높였다. 물싸움이었다. 폭염이 기어이 마음 넉넉한 마을 사람들을 이간질을 시키고 말았다. 평소에는 막걸리 한 잔에 그리 의좋던 이웃도 서로 물을 대기 위해 경쟁자로 돌변한다.

우두커니 밭에 쪼그려 앉아 애타는 마음으로 밭을 바라보는 농부의 아내는 속이 새카맣게 탄다. 이 폭염에 살아남겠다고 발버둥치는 고추, 들깨들을 보고 있자니 ‘농사꾼의 팔자가 이리 호될 줄이야. 농촌으로 시집온 게 한탄스럽다’며 죄 없는 남편을 욕한다.

“내가 소나기냐”며 어이없어 하는 남편은 하늘을 향해 주먹질 몇 번하고, 오늘도 어둑어둑 해가 지니 전투태세를 갖추고 물을 퍼주러 나간다.

이 폭염이 사람의 탐욕이 부른 재앙임을 잘 알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갚아야 할 농협 부채가 농부에겐 더 큰 재앙이다.

‘진인사대천명’도 어느 정도지. 이 폭염을 이겨야 하는 농작물이나 농부는 같은 운명이니 어쩔 수 없다.

누가 농부를 하늘과 동기동창이라 했는지...참! 모질고 모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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