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어르신 밑반찬 봉사 4년째...사랑을 전하는 아름다운 여인들

▲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 ‘사랑의 진지방’

 

서부농협 뒤편 ‘사랑의 진지방’에 들어서자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돼지고기김치찌개 냄새가 입안에 군침을 들게 한다.

30여명의 여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파를 다듬는 이들, 묵은지를 썰고 청고추, 홍고추에 마늘, 두부를 곁들이고 새우젓으로 간을 하며 된장, 액젓, 후추, 미향, 고춧가루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또 한편에서는 생오징어, 맛살을 주재료로 오징어 맛살무침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수십년 훈련된 조직같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는 조리실의 풍경은 마지막 포장까지 채 2시간 남짓. 65인분의 맛깔스런 돼지고기김치찌개와 오징어맛살무침이 완성되어 진열되었다.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 ‘사랑의 진지방’

매주 취약계층 어르신 밑반찬 만들기 4년 째

 

‘사랑의 진지방’은 일명 ‘1%나눔 진지방’으로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의 매년 5천만 원 지원과 함께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가 운영하는 취약계층 어르신 밑반찬 조리 및 배달 봉사다.

2014년 협약과 함께 시작된 봉사는 매년 12개월 한주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다.

 

▲ 송희자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장

 

“밑반찬이 오는 날이며 문 앞까지 나와 기다리시는 어르신들 생각에 비가오나 눈이 오나, 그 어떤 자연재해가 있어도 쉴 수 없어요. 그 분들에게 있어 실망은 절망이잖아요.” 송희자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장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이야기다.

송 회장은 지난 4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봉사를 이어 온 적십자 회원 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잊지 않았다. “이번 여름 폭염에 삼계탕을 준비하느라 모두 땀으로 목욕을 했지요. 우리 적십자 회원분들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4년 째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주 밑반찬을 만들어 어르신들 집까지 배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죠. 순수한 사랑의 봉사로 똘똘 뭉친 적십자 회원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현대오일뱅크 1%나눔재단의 지원이 있지만 여타 봉사단체들이 쉬 나서지 못하는 밑반찬 봉사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우선 봉사팀의 구성이 크게 두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리봉사팀과 배달봉사팀으로 배달의 경우 15개 읍면동 조직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적십자 각 읍면동 조직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전문 영양사에 의한 식단 짜기, 매주 1회 식자재 구매하기, 검수는 필수적이다. 봉사 대상이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일반인들 밑반찬이 아닌 어르신 맞춤형 식단이 된다. 여기에 조리사가 투입되고 명절 등 연간 4회 이상 어르신들이 선호하는 특식도 별도 준비한다.

기자가 맛본 돼지고기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일반음식점의 그것보다 배 이상 들어 있었다. 이유에 대해 묻자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부족한 단백질이 육류이지만 평소 마을잔치 외에는 스스로 고기를 구입해서 드시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래서 배 이상 고기를 넣는다”고 설명했다. 또 밑반찬마다 치아가 약하신 어른신들에게 맞도록 연하고 부드러운 조리법을 택하고 있었다.

완벽한 배송을 위해 반찬마다 일일이 팩 포장을 하였다. 반찬의 양은 이틀 정도 드실 수 있는 양으로 넉넉했다.

그러나 사실 그동안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백소식관(행복한 웨딩홀) 지하 1층을 임대해 시작한 급식시설이 임대연장 불가라는 어려움에 봉착하면서 지금의 장소로 이전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급한데로 협의회 사무실에 주방시설을 하려다보니 공간이 없고, 시에서는 건축법상 현재의 장소에는 급식시설을 할 수 없다고 하고, 참 난감했었죠. 그런데 도시계획과 등기부등본상 조리시설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어 재차 시 관계자를 설득, 지금의 조리시설을 만들게 되었어요. 지붕 등의 보수가 좀 더 필요하지만 집 없는 서러움이 없어졌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오는 20일 목요일 개소식을 엽니다.”(웃음)

 

▲ 송희자 회장이 희망풍차 나눔후원자·나눔가게에 대해 참여를 당부하고 있다.

 

내 삶의 1% 나누기

희망풍차 나눔후원자·나눔가게

 

1905년 10월 27일 대한제국 고종황제 칙령 제 47호 ‘대한적십자사규칙’을 제정, 반포하면서 탄생된 대한적십자사는 1949년 대한적십자사 조직법률 공포, 1955년 국제적십자위원회 승인을 통해 국제적십자회원국이 되는 등 우리나라 최초의 봉사기구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동안 적십자 원칙에 따라 정부지원 없이 순수 모금으로만 사업을 수행해 왔다.

대한적십자사 서산지구협의회는 15개 읍면동 약 400여명의 봉사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랑의 진지방’, 희망풍차 취약계층 생필품 전달, 위기가정 긴급지원, 김장나눔, 어르신 보행보조차 전달, 사랑의 헌옷 나뭄, 기금마련 바자회, 5.8 어버이결연 나들이 행사 및 생신상 차려드리기, 조손가정 여름캠프, 새터민 차례상차리기 등 각종 봉사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의 ‘나눔가족’ 문패 달기 캠페인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나눔가족’ 문패 달기 캠페인은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처한 가정을 돕기 위한 캠페인으로 매월 1만 원 이상 기부약정자에게 드리는 문패다. 기부금은 위기가정과 아동·청소년, 어르신 등 취약계층 지원에 사용된다. 문패는 8X12㎝ 아크릴로 현관문 자석 부착형으로 제공된다.

또 나눔가게 및 나눔기업은 자영업자 및 기업 등 월 3만원 이상 기부약정자에게 나눔명패를 제공한다.

(주)미래기전, 동서메탈(주), 현대수산맛김 등 충남내 기업이 참여한 ‘바른충남기업’ 캠페인으로는 매월 10만원 이상 후원하는 사업장을 위한 정기 후원 프로그램이 있다. 후원사에게는 전용 명패와 함께 임직원 응급처지법(심폐소생술) 무료 특강, 빵나눔터, 국수나눔터 봉사활동도 제공한다.

지난 4월에는 서산에 사는 한 40대 남성이 희망풍차 긴급지원으로 조리사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일이 한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언론보도 따르면 생활고에 힘들었던 그는 2000년부터 술에 의존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가족들과 멀어졌고, 1년 전에는 어머니마져 세상을 떠나 죄책감에 시달리게 됐다.

그러던 그가 고령에다 몸도 편치 않은 아버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해 동사무소를 찾아갔고, 사회복지 공무원의 안내로 적십자에 편지를 보내게 되었다. 그의 손글씨로 쓴 편지에는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하게 된 배경과 함께 “형편이 나아지면 저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적십자에서는 ‘희망풍차 위기가정 긴급지원금’(긴급지원금)을 전달, 그 남성이 조리사 자격증 필기시험에 응할 수 있도록 했고, 그는 한식 조리사 필기시험 합격 후 실기 시험을 준비 중이다.

 

▲ 어르신 밑반찬 봉사에 여념이 없는 적십자 봉사원들

 

적십자 관계자는 “A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뒤 긴급지원금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조리사로 마주하게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희자 회장은 “이처럼 희망풍차는 우리 곁에 있지만 그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는 어려운 이웃들.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나눔입니다”며 “우리 서산지역에서 일시적인 도움이나 행사형태의 도움의 손길도 중요하지만 언제나 함께 나눌 수 있는 희망풍차에 함께 해주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대한적십자사[Korean Red Cross, 大韓赤十字社] 최초의 모습

 

▲ 대한적십자사[Korean Red Cross, 大韓赤十字社] 최초의 모습

 

“황제의 지존하신 보호 아래 설립하고 빈곤한 병자를 구호하기 위한 목적을 다한다”는 기치아래 설립된 대한적십자. 위 사진은 1907년 강제해산 되기 이전의 초기 적십자의 모습. 모자와 팔에 선명한 적십자 표시가 보인다.

1905년 10월 27일 대한제국의 대한적십자사 규칙 제정으로 출발했고, 1919년 7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적십자회를 발족했다.

1947년 3월 15일 조선적십자사를 거쳐 1949년 10월 27일 대한적십자사로 재조직되었다. 1955년 5월 ICRC(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국제적십자위원회)의 인가를 받고 9월 28일 IFRC(International Federation of Red Cross and Red Crescent Societies:국제적십자사연맹)의 회원국이 되었다.

1958년 2월 15일 국립혈액원을 인수하여 대한적십자사혈액원을 개원하였으며, 1971년 9월 남북회담 사무국을 설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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