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

김영완 원장 “의사는 환자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서울대병원 의료진 투입...뇌혈관, 심혈관, 중증외상 등 의료원에서 직접 해결

신경과, 응급의학과 등 8개 과목 의료진과 함께 시설과 최첨단 장비도 도입

 

<인터뷰 들어가기 전>

 

추운 날씨 치고는 제법 겨울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산의료원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연신 주차장을 드나드는 환자들의 차량과 여기저기 공사현장 인부들의 발 빠른 걸음들 때문이었다. 문득 첫사랑이 나비처럼 내려앉듯 이곳에 가슴 두근거리는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온다는 소리에 마음 설레는 시민들이 너무도 많다는 소리가 생각났다. 그렇다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 김영완 서산의료원 원장을 만났다.

서산의료원 김영완 원장. 여느 의사들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만 했다면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파견’은 지금까지도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랬다면 서산시 중앙로 149에는 여전히 어제와 같은 오늘의 서산의료원이 서 있을 테고,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 않았을까. 인터뷰 내내 그는 누구보다 소탈했고 어떤 이들보다 웃음이 넘치는 열정적인 닥터였다.

‘어려움이 오더라도 지금까지의 열정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는 각오가 미소 속에 배어 있는 김영완 원장. 국내 최고 의료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이 우리 서산지역으로 파견되어 내려온다는 소식에 서태안 지역민들이 반색하고 있는 가운데, 서산시대가 발맞춰 의료 서비스 질이 한층 높아질 공공의료기관을 기대하며 지금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 2018.12.14. 공공의료발전을 위한 서울대병원 의료진 파견 업무협약식 모습

 

Q,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파견 협약이 투-트랙이었다는데?

(김) 맞다.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파견협약에 대한 노력은 2017년부터 시작되었고 투-트랙으로 봐야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는 ‘의료인 인건비 지원 사업’이 있다. 전국의 국립대들이 총망라되어서 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것의 일환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 재직하고 계신 전문의 선생님들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태안에 있는 한국서부발전에서도 봉사 차원으로 지역민들에게 상생협력기금의 ‘의료 인건비 지원 사업’이 있다. 공공보건의료 발전과 더불어 주민들의 의료접근성 및 의료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번에 우리 병원과 업무협약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서울에서 의료진들이 내려온다. 이분들은 우리 지역에 거주하면서 지역민들에게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Q, 서산 지역이 의료취약지역임을 무엇으로 알 수 있나?

(김) 물론 여러 가지를 봐야겠지만 닥터헬기만 봐도 그렇다. (닥터헬기)띄우는 것은 충남이 전국의 20%인데 안타깝게도 그중 절반이 이곳 서산이다. 전국으로 보자면 10%를 띄우는 셈이다. 그만큼 우리는 의료 인프라가 외진 곳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지역 거점응급센터를 우리 서산의료원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서 해결하지 못한 환자들은 어쩔 수 없이 닥터헬기로 천안, 인천, 수도권 등으로 보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병원이 들어오면 어느 정도는 자체적으로 (서산의료원)이곳에서 커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골든타임 안에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다는 거다. 이제는 날아가는 골든타임(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 ‘환자를 찾아가는 취임식’으로 대신 한 김영완 서산의료원 원장

 

Q, 공무원이 아닌데 어떻게 공공의료기관인 서산의료원 원장으로 취임했나?

(김) 고향은 대전시 중구 선화동이지만 오랜 세월을 충남 서천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충청남도 의사회 의장을 9년 동안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의사협회 감사와 KMA 폴리시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폴리시란 대한의사협회가 대내외적으로 표방하는 강령 정책을 생산하는 중요한 위원회다. 국민이 바라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바람을 녹여내는 정책생산을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게 의사회 활동을 하면서 공공의료 쪽에 대해서는 같은 의사회면서도 이질감이라고 할까? 약간 겉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공공의료는 무엇이고, 과연 무슨 일을 하는가!’ 고민하는 터에 마침 서산의료원 원장자리가 공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주위에서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이제는 새로운 곳에서 공공의료에 애정과 관심을 쏟고 싶다’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무엇보다 봉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였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원하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여기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 대산노인대학 특강 모습

 

Q, 서산의료원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은 무엇인가?

(김) 충남서북부에 위치한 서산의료원은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공익적인 차원의 의료기간이다. 미처 손길이 닿지 않는 취약계층, 예를 들자면 저소득층이나 연로하신 분, 여성, 장애인, 생활이 어려운 아동들에게 의료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모든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의 특징은 필수의료를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걸맞게 수익을 생각하지 않고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산의료원은 국민건강권 향상 차원에서라도 공공의료기관으로서 필수의료를 보편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또한 국민 전체가 건강하기 위해서라도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 서산의료원 중앙현관에서 환자를 맞는 김영완 서산의료원 원장

 

Q,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파견 협약 과정과 앞으로의 일정은?

(김) 앞에서도 말했지만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 파견 협약은) 2017년도부터 시작했다. 내가 일복이 많아서 그런지 부임하자마자 급물살을 탔다. 서울대병원·한국서부발전·충청남도·성일종 국회의원·서산의료원 5개 기관에서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앞으로의 진행사항을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오는 3월 1일부터 신경과를 시작으로 4월에는 응급의학과 등 순차적으로 총 여덟 개 과가 진료를 진행 할 예정이다. 진료과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신경과, 응급의학과, 정신과, 중환자실 호흡기내과, 소아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소화기내과 등 지역에 꼭 필요한 특화된 진료과목 중심으로 들어온다. 특히 서산지역이 의외로 자살률이 타 지역보다 월등히 높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유병율 또한 상당해 정신과가 들어오게 됐다. 또한 9월이면 재활복합병동이 준공될 예정인데 그곳에는 재활의학과도 내려올 예정이다. 서산의료원의 기존 과장님들과 서울대병원에서 내려올 조교수님 이상의 의료진들이 함께 협진체계를 구축하여 대한민국에서도 최고의 의사로부터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앞으로는 수도권으로 진료를 가기위해 생기는 시간적, 경제적 부담에서 많은 절약이 예상된다.

 

Q, 8개 과가 내려오는데 진료실 및 의료장비는 어떻게 되어가나?

(김) 의외로 많은 분들이 진료할 장소가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 내부에 여유 있는 공간은 이 잡듯이 다 뒤졌다. 우리 행정지원파트 일부는 협소한 곳으로 장소를 옮겼고, 원장실 또한 작은 곳으로 이사해 남은 공간을 진료실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서산의료원은 최고의 진료환경을 만들어 드리고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의사들만 내려오면 무슨 소용인가? 현대의학은 시설과 장비가 동반되어야만 의료인이 시술을 제대로 펼칠 수 있지 않겠나. 그러기에 시설과 최첨단의 장비도 같이 설치되고 업그레이드되어 세팅 될 예정이다. 특히 중환자실 원격진료(Tele-ICU) 구축 협력 등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반도 구축하고 있다.

9월 준공 예정인 서산의료원 복합병동에는 서울대학교병원의 지원을 받아 원격진료(Tele-ICU)와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심뇌혈관질환 조영실을 설치한다. 다시 말하면, 의료인과 의료인끼리 협진체제를 구축하는데서 Tele-영상을 통해 서울대학교병원 본원의 의료진과 협진하는 시스템을 포함, 24시간 환자 케어를 위해 최첨단 장비를 장착할 예정이다.

특히 수술을 급하게 해야 될 부분이 있는 뇌혈관, 심혈관, 중증외상 같은 것들은 서산의료원에서 커버할 수 있는 부분까지 최대한 직접 해결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장비, 수술도구 등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이런 목록을 모두 뽑아놓은 상태고, 조만간 신청해서 진료 시작 전까지는 시설과 장비가 완벽하게 설치될 예정이다.

 

▲ 김영완 원장의 ‘찾아가는 신규직원 맞이’

 

Q, 의사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김)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노인병원에 입원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는다. “어머니~ 어르신~”하면서 손을 잡아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과 함께 웃고 얘기하며 소통을 할 때 ‘의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하게 된다. 부끄럽지만 그분들 앞에서 노래도 부를 때가 있다. 한마디로 재롱떠는 것이 이제 특기가 되었다(웃음).

한번은 치매어르신이 “혈압체크를 거부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가니 순순히 팔을 주더라. 그러고 보면 내 특기가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먹히는 것 같다. 그분들과 함께 있으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일까 그냥 짠하고 무작정 좋다.

작년 서산의료원으로 오자마자 ‘밥퍼’ 주는 봉사를 했고, 현재는 대산 어르신들을 위해 건강상담은 물론 아침 일찍 아카데미 특강을 하며 재롱을 떤다. 나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미소 지어 주시는 우리 어르신들. 이분들이야말로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세대이며, 한반도 역사상 가장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경제발전에 원동력이 된 분들이다. 기아와 가난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귀한 우리네 부모님들, 이런 분들이 저를 보고 박수치며 행복해 하는데 뭐가 또 필요한가. 역시 의사는 환자들과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 봉사를 제일로 삼는 김영완 원장의 ‘행복한 밥차’ 봉사

 

Q, 시민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김) 서산의료원은 지역주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의료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무엇보다 건강한 지역사회 안에서 행복을 찾는 서산의료원, 항상 지역주민과 동고동락하며, 슬플 때 눈물 흘리며 기쁠 때 함께 웃는 그런 서산의료원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유일한 서산의 의료 공공사업병행기관으로서 의료진과 함께 최선을 다해 환자분들을 진료할 것이니 시민 여러분께서도 애정으로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늘 섬기는 자세로 임하겠단 약속을 하며 아무쪼록 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는 일상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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