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류종철

백두대간의 중심부 강원도 정선에 자리 잡은 이름도 아름다운 가리왕산은 주목의 자생군락지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산나물 등 희귀식물의 보고이며 아울러 열목어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들도 포함하여 많은 생명체가 함께 서식하여 그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맑은 계곡과 울창한 숲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우리의 자연 보고다. 그 숲에 만들어진 자연휴양림은 필자도 몇 번 묵으면서 그 자연의 혜택을 듬뿍 받은 적이 있고, 시간만 허락하면 자주 가고픈 안식처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에 조금도 손색이 없는 두 말할 필요 없는 높이 1560m의 명산이다.

이런 가리왕산이 세상 사람들의 입에 수 없이 오르내리게 된 계기는 평창올림픽이다. 2012년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유치하면서, 활강스키장을 정선군 가리왕산에 새로 건설하기로 확정한다. 그 당시에 동계올림픽 6일의 활강경기와 그 후 열리는 패럴림픽 활강경기 2일을 합한 고작 8일의 경기를 위해 축구장 110개에 해당되는 184만m의 넓이에, 해발 1380m의 하봉에서 545m의 도착지점까지 너비 55m, 길이 2850m의 슬로프와 관중석 등을 2030억을 들여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을 때, 위정자들과 심지어 많은 국민들은 이런 엄청난 환경 파괴행위를 올림픽이라는 대의를 위한 조그만 희생쯤으로 치부하면서, 자연보호를 주장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활강경기장 반대운동을 무시하고 오히려 비난하는 분위기마저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 올림픽 기간 오직 8일간의 사용 후 재활용의 방안이 없다는 결론은, 스키장이 선수 경기용이라 일반용으로는 부적합하며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경제성이 없어 올림픽 후 경기장을 폐쇄하고 복원하는 것으로 건설 시행 단계에서 이미 결론이 난 것으로, 경기 후 완벽한 복원은 국민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약속이었다.

지금 평창은 이상 혹한으로 경기가 지연될 정도로 추운 날씨를 보이고 있으나, 경기의 열기는 후끈 달아 올라있다. 그러나 이 열기 속에서도 이제는 정부의 복원 계획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산림청 등 정부기관과 강원도 등은 복원단을 꾸려 준비는 하고 있단다. 그러나 우리는 1996년 무주 덕유산의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1999년 발왕산의 동계 아시안게임을 기억한다. 아니 기억이 없으면 지금 그 곳을 주목하여야 한다. 덕유산 주목들이 어떻게 파헤쳐졌고 지금은 복원이 얼마만큼 진행되어 상황이 어떤지를 돌아봐야 되며, 발왕산 스키장의 복원은 완벽하게, 아니 완벽은 아닐지라도 그런대로 원래의 상태로 회복해 가고 있는지 우리는 두 눈 뜨고 다시 되돌아 봐야 한다. 두 곳 모두 복원은 흉내에 그치고 식재한 나무들은 활착률이 너무 떨어져 복원은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위정자들은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 개최하면서 그 외양은 자랑하면서, 그 부작용은 임기를 마친 후에 벌어지는 문제 이므로 시민들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환경 파괴 등 부작용에 대한 관심과 그에 대한 고려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민들이 그 부작용을 꼼꼼히 살피고 평가하여 후세에 알리고, 또한 가능한 부작용을 막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정부는 가리왕산 생태복원추진사업단을 만들어 약속을 지키려는 모양새는 갖추었으나 예산문제로 중앙정부와 강원도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등 잡음이 벌써 들리고 있다.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잔치에서 모든 지혜와 노력을 모아 그 잔치를 성공시키려는 마음가짐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올림픽이라는 평화의 행사를 이념적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일부 정치세력들의 진부한 색깔론 등 잔칫집에 훼방을 놓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잔치 후의 공허함과 부작용도 냉정하게 대비하여야 한다. 묵묵히 뒤에서 행사의 성공을 위해 이름은 뒤로하고 숨어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될 부분이지만, 잔치의 긍정적인 부분을 위해 희생되었던 많은 부분, 특히 한번 망가지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한 자연의 파괴 행위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복원을 위한 일치된 노력이 절실하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개발 행위가 얼마나 후대에게 많은 부작용과 희생을 강요하며, 또한 복원이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고, 그 복원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4대강 사업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개발 우선이라는 판에 박힌 정책은 보전과 조화라는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변화는 국가라는 큰 단위에도 물론 적용되어야 당위이지만, 환경이란 지역단위의 지방자치의 상호작용에 의해 좌우되는 측면이 많으므로 지역의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조건이다. 지역 공동체의 일꾼을 뽑는 선거의 열기가 뜨겁다. 우리는 아직도 무조건적인 개발을 부르짖는 일꾼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조화롭게 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비전과 실천 의지를 가진 일꾼을 뽑을 것인가?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선택은 유권자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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