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류종철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4년 마다 찾아오는 지방선거는 어떤 면에선 대통령선거보다도 오히려 지역민들에게 큰 관심을 일으키기도 하고 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제 시민들의 관심은 온통 우리 지역 시장, 도의원, 시의원, 그리고 도지사의 선거에 쏠리고 있다.

우리 지역도 많은 예비후보들이 각 정당별로 공천을 위한 경선으로 분주하며, 각 선거구별로 정원보다 훨씬 많은 후보자간의 경쟁으로 치열한 선거전을 예고하고 있다. 서산시장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에서 2명, 자유한국당에서 3명, 바른미래당에서 2명, 정의당에서 1명 등 8명의 예비후보가 도전을 하고 있으니, 서산시를 위한 그들의 충정에 감사와 존경을 드린다.

그러나 이 분들은 모두 정당 소속의 후보들로 정당의 후광을 업지 않고 무소속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유권자들은 이미 지방선거조차도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행위에 익숙해져 정당의 공천이 당락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므로 우선 예비후보자는 정당공천을 위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우선이다.

공천에서의 탈락은 곧 선거에서 패배를 의미하고, 특히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에선 공천이 곧 선거의 승리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아, 공천 자체가 본 선거를 의미하고, 많은 지역에서 본 선거에는 경쟁후보가 아예 없어 무투표로 당선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무투표 당선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선출직 지방의원 약 3,900명 중 5%에 해당하는 195명에 달하여 당선자 20명 당 1명은 경쟁 없이 오로지 정당의 공천만으로 당선되었음을 의미한다. 무투표 당선은 경북, 전남, 대구, 전북 순으로 많으며, 2회 이상 무투표로 민주적 장기 집권한 의원은 58명으로 영남에서 39명, 호남에서 7명이다. 이들의 특징이 지역 색체를 크게 띄고 있는 정당의 후보들이라는 사실이다. 무투표는 아니더라도 2인을 선출하는 선거구에서는 거대 양당의 공천이 바로 당선을 의미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은 그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을 떠나 불이익을 당하는 불합리한 면, 부정적인 안타까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 공천은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고 정당 내에서 인정받은 정치신인이 정당의 프리미엄을 이용해 보다 수월하게 당선될 수 있는 순기능을 갖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폐쇄적 정당조직에 매몰되어 공천을 위한 정당 내 줄서기, 권력자와 함께 하는 패거리 정치로 변질되기도 한다. 특히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에서는 공천이 바로 당선을 의미하므로 공천을 둘러 싼 많은 비리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목격한다. 소위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자조 섞인 풍자는 지역주의와 정당 공천이 영향을 미치는 지방정치의 어두운 면이다.

정당공천의 많은 순기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공천과정의 합리성, 공정성이 전제되면서 과정이 시민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폐쇄된 정당조직 문화 안에서 자기들끼리 줄서기의 결과로 공천이 영향을 받는다면 지방정치에서 정당공천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긍정적 의미를 잃은 정당공천은 패거리 문화를 조장하고 오히려 정치신인이나 훌륭한 정치인의 데뷔를 방해한다. 즉, 순기능을 상실한 제도는 오히려 제도의 취지를 가로막는 암적 존재로 기능한다.

지역주의에 의한 무투표당선, 정당 내 줄서기에 의한 패거리 공천 등은 공정한 경선, 유권자와 함께 하는 열린 경쟁으로 변해야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에서 자생하는 튼튼한 민주주의다.

서산의 정치문화는 공천부터 본선까지 기회는 정당의 유무나 크고 작음을 떠나 균등하고, 경쟁의 과정은 공정하며, 그 결과는 시민과 함께 하는 정의롭고 아름다운 것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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