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일종 의원이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의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폭염 초과 근무 수당 ‘1만원 한 장 달랑’

휴일근무수당은 ‘0’원...매년 계약갱신 고용불안도 문제

 

한 달 이상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전방에서 독거노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싸우는 이들. 그들은 다름아닌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생활관리사 1인당 평균 30명의 독거노인의 건강과 안전유무를 살피다보면 정작 본인들이 열사병으로 병원을 찾기 일쑤. 성일종 의원은 6일 석림사회복지관을 방문 이들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과 관리사들의 처우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

‘노인돌봄기본서비스사업(=독거노인보호사업)’은 2007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거노인을 위한 복지서비스로 현재 전국 244개의 수행기관에서 직접 독거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는 생활관리사 9,200명과 그에 관한 사업에 대한 모든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서비스관리자) 390여명이 실무에서 활동 중에 있다.

서산시의 경우 석림사회복지관이 위탁사업자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독거노인생활관리사는 30명으로 1인당 30명씩 약 900명의 독거노인을 전담 관리하고 있다.

 

혹서기&혹한기에 휴일없는 비상근무

주5일, 일5시간의 근무에 현황조사도 대행

 

전국 어느 지자체나 독거노인복지서비스는 사실 전적으로 생활관리사의 노고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생활관리사는 대부분 평균 연령 50세 이상의 중장년층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일 담당하고 있는 독거어르신 25~30명(평균)의 유선 안부 및 직접 방문을 통해 안전과 건강을 확인 하고, 어르신들의 생활과 관련 된 교육을 진행하며 배당 된 후원금품을 전달하는 ‘기관’과 ‘독거어르신’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한다.

특히 혹서기&혹한기 때는 본인들의 건강은 뒤로하고 혹여 독거어르신의 안위에 문제가 생길까 찌는 듯한 폭염 및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여 독거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있다.

여기에 매년 진행되는 각 지역의 독거노인 현황조사, 대상자 관련 전산 시스템 및 서류 업무, 고위험군 대상자 사례관리, 각종 후원금품 발굴 및 배분, 혹서기&혹한기, 명절 동안의 독거어르신 안전확인 실적 취합 및 보고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취재현장에서 독거노인들이 그동안 한 번도 복지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는 소리는 단순한 농이 아니다. 실상 업무량에 비해 숫자가 태부족인 복지공무원들은 복지관련 통계를 작성하고 보고와 각종 행정업무에 시달리다보면 복지현장을 나가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도 현실이다. 결국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처럼 현장 일은 생활관리사 몫이다.

 

‘1년 계약직’ 신분...일방적인 희생 강요하는 ‘갑질 행정’

독거노인에 대한 ‘돌봄 사명감’으로 버티는 생활관리사들

 

그동안 생활관리사들은 1년의 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하기는 했지만 본인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거의 계약갱신이 이뤄져 왔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보건복지부가 매년 채용공고를 통해 채용절차를 거쳐 선발하고, 기존 생활관리사를 계속 고용하는 경우에도 채용공고를 거치지 않은 고용은 불가하다는 지침을 내리면서, 기존 생활관리사들은 어쩔 수 없이 채용공고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런 고용 형태는 매년 진행되는 사업의 ‘평가 점수’에 반영되며 평가로 인하여 사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탁기관 입장에서는 도저히 공개 채용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고 이는 이어서 생활관리사들의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독거노인을 케어하는 업무 특성상 ‘생활관리사와 복지대상자의 친밀감’이 우선시되고, 어떤 때는 자식보다 더 친자식 같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년말이면 ‘혹 내년부터 오지 못할 수 있었요’라는 불안감은 생활관리사나 해당 독거노인에게 치명적이다.

여기에 담당지역의 정기적인 변경도 현장을 무시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인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처럼 생활관리사들의 담당지역을 일방적으로 변경시켜 ‘부모와 자식간의 이별을 강요하는 행정’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활관리사가 한 지역에 오래 있으면 ‘지나친 친밀감으로 업무에 충실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행정편의주의 발상이 얼마나 현장에 독이 되고 있는가를 전혀 알지 못한다. 복지행정에 복지는 없고 행정만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복지행정에 복지는 없고 행정만 있다

휴일근무수당 ‘0’원...혹서기&혹한기 초과근무수당 월 1만 원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온 예산 확정내시를 보면 생활관리사는 최저시급(7,530원) 기준으로 주5일 근무, 1일 5시간 근무에 해당하는 시급을 받는 단기계약직이다.

그럼에도 생활관리사들의 업무시간을 조사해보면 평상시에도 초과 근무다. 독거노인이 부재시 만날 때까지 수차례 반복해 찾아가야 한다. 평상시에도 어르신 방문 후 매일매일 일지를 써야 한다. 이것만 해도 두어 시간이 소요된다. 후원품이 나오면 수령해서 전달하는 것도 생활관리사의 몫이다. 이러다보니 대부분 실제 근무시간은 7~8시간을 상회한다.

여기에 혹한기(12·1·2월)와 혹서기(6·7·8월)에는 추가 근무 지시가 내려온다. 명절이면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들에게 연휴동안 3회 이상 노인들의 안전을 확인하라는 지침도 내린다. 사실상 추가 근무를 지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과근무와 관련 별도 수당은 없다. 애초에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 관계자도 안타깝지만 별도 예산이 없어 “연휴기간 초과근무를 하면 대체휴무로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물론 대체휴무만큼 평소 근무량이 오히려 느는 것도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에 따라 초과근무 발생 시 통상임금에 50% 이상을 더해 수당으로 지급받고 있는 공무원이나 일반 근로자와 비교해보면 위법에 상식 밖의 일이 자행되고 있음을 자인하고 있는 것이다.

성일종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한 생활관리사는 “매년 여름 폭염에는 휴일이 없다. 휴가기간에도 독거노인 안부를 챙겨야 하는 일이 생활관리사 일이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혹한기(12·1·2월)와 혹서기(6·7·8월) 휴일 초과근무 수당이라는 명목으로 월 1만원을 지급한다. 근거도 상식도 없는 이 1만원을 반납하고자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생활관리사는 “현장을 돌아다니는 특성상 차량이 필요하지만 차량지원은 없다. 대신 교통비로 10년 전 리터당 7~800원대 휘발유 값으로 책정된 주유비 월 10만 원을 받는다. 1주일에 5일, 마을마다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 집을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생활관리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자비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각종 조사관련 업무에 대해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생활관리사들이 현장을 맡고 있고, 독거노인 현황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조사업무가 내려온다. 매년 독거노인 전수조사 할 때는 1인당 300명 정도의 어르신 집을 일일이 방문해서 현황조사를 수행한다. 보통 1~2개월이 소요되는 조사로 본연의 업무외 추가업무다. 전수조사에 따른 수고비 명목으로 55,500원이 지급된다. 일반적인 사회통계조사 업무와 비교해보면 하루 아르바이트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일종 의원 “복지행정의 난맥상이다”

빠른 시일 내 국회에서 토론회 개최 개선책을 찾겠다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성일종 의원은 “독거노인생활관리사들의 현장의 목소리를 가슴 아프게 들었다. 생활관리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못 본 체하며, 처우개선 없이 독거노인 복지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답했다.

성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예산 관련부처, 그리고 현장의 생활관리사 분들을 모시고 빠른 시일 내에 국회에서 개선책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서산시와도 협조,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국회의원으로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지역사회 복지의 수준은 중앙정부의 교부금 중심 복지정책과 함께 기초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예산문제 등을 이유로 ‘스스로 복지정책’이 없는 지방자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처우개선 문제도 단순히 보건복지부 책임으로만 돌리고 말 것인지, 서산시의 역할과 책임은 없는지, 생활관리사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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